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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 충효길

favorite2403 2025. 6. 13. 23:08

 


자연과 역사가 함께하는 길

 

오늘 나는 동작 충효길을 걷기 위해 길을 나섰다. 출발지는 고구동산이었고, 목적지는 서달산에 자리한 달마사였다. 평소에 자연 속을 걷는 것을 좋아하지만, 오늘처럼 역사와 인물 이야기가 함께하는 길은 또 다른 감동을 주었다. 동작 충효길은 단순히 걷는 길이 아니라, 동작구 곳곳의 지명 유래와 지역 인물들의 이야기를 만나며 걷는 살아 있는 역사 산책길이었다.

숲길을 따라 만난 이야기들

상도터널 옆길로 접어들자 울창한 숲길이 펼쳐지며 걷는 이들을 반겨주었다. 숲속 길을 따라 걷는 동안 곳곳에 지역 지명과 인물에 대한 안내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어, 읽고 생각하며 쉬엄쉬엄 걸을 수 있었다. 특히 상도동의 지명 유래가 흥미로웠다. 과거에는 상여꾼들이 집단으로 거주해 ‘상투굴’이라 불리다가 조선시대에는 ‘성도화리’로, 이후 ‘상도리’, ‘상도정’으로 불리었고, 1955년부터 현재의 ‘상도동’으로 개칭되었다고 한다.

조금 더 걷자 ‘글헤는 숲’이라는 아늑한 숲속 도서관이 나타났다. 창밖으로 보이는 숲속 풍경과 어우러져 조용히 앉아 쉴 수 있는 힐링 공간이었다. 이어 장봉옥 여사비를 만났다. 장 여사는 신생활운동을 실천하고 불우한 여성들과 학생들을 돕는 데 자신의 재산을 아낌없이 기부한 분으로, 1979년에는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여받았다. 그 숭고한 삶의 이야기에 발걸음이 저절로 느려졌다.

달마사에 이르러서야 길의 중반부에 접어들었음을 느꼈다. 이 절은 유심 스님이 중생 제도의 뜻을 품고 1931년에 창건한 곳이다. 달마사는 이름처럼 달마대사의 영향과 관련이 있으며, 서달산이라는 산 이름 또한 그가 서쪽 나라 인도에서 온 것과 관련해 붙여졌다는 해석이 있다. 달마사 뒤편으로 올라가니 탁 트인 전망이 펼쳐졌다. 북한산, 남산, 그리고 한강이 한눈에 들어오며 장관을 이루었다. 잠시 멈춰 풍경을 감상하고 마음을 정리했다.

서달산을 지나며 동작구의 청렴 인물 중 하나인 유일한 박사에 대한 안내문을 만났다. 그는 유한양행을 창업한 인물로, 기업가이자 교육자였으며 평생을 청렴과 인재 양성에 헌신한 분이다. 그 뒤로는 국립현충원과 사육신묘가  멀지않은 곳에 있다. 충과 효, 그리고 나라를 위한 희생을 기리는 장소들이 충효길이라는 이름과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끝에 이르러 다시 시작되는 감동

동작 충효길은 단순한 산책길이 아니었다. 이 길을 걸으며 나는 나무와 바람, 새소리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삶과 정신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지역의 역사, 사람들, 그리고 자연이 어우러진 길 위에서 나는 걷는 동안 내 마음도 차분해지고 풍요로워졌다. 길의 끝에 도착했지만, 오히려 무언가 새롭게 시작되는 느낌이었다

동작 충효길은 몸과 마음을 동시에 정화해주는 길이다. 누구나 이 길을 걸으며 과거의 발자취를 되짚고, 현재의 의미를 되새기며, 미래를 향한 다짐을 새길 수 있을 것이다. 조용한 숲길과 깊이 있는 이야기들로 가득한 이 길을 많은 이들이 걸어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