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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맛골

favorite2403 2024. 8. 11. 22:27

종로 피맛골은 서울의 심장부, 현대화된 건물들 사이에서 과거의 흔적을 간직한 특별한 장소였다. 피맛골은 조선시대부터 서민들이 왕과 관리들을 피해 다니던 골목길로, '피맛(避馬)'이라는 이름은 말 그대로 말을 피한다는 의미에서 유래되었다. 당시 왕족과 관리들이 타고 다니던 말들을 피하기 위해 서민들이 이용하던 이 좁은 골목은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발길이 모이게 되었고, 차츰차츰 다양한 상점과 음식점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골목은 서울의 바쁜 일상 속에서도 여전히 정겨운 풍경을 지니고 있었다. 오래된 나무 간판이 내걸린 작은 음식점들이 줄지어 있었고, 그 안에서는 수십 년 된 레시피로 만든 전통 음식들이 손님들을 맞이했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소박한 주점들이 눈에 띄었고, 그곳에서는 지친 사람들이 한잔 술을 기울이며 담소를 나누었다.

특히 피맛골의 밤은 더욱 특별했다. 골목에 켜진 작은 전등들이 어둠을 밝혔고, 노란 불빛 아래서 사람들은 서로의 삶을 공유하며 밤을 지새웠다. 비 오는 날이면, 피맛골의 돌바닥에 고이는 물웅덩이와 그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잔잔한 운치를 더했다.

하지만 피맛골의 가장 큰 매력은 그 속에 스며든 시간의 흔적이었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골목은 조금씩 변해갔지만, 여전히 그곳을 찾는 사람들은 과거의 향수를 느낄 수 있었다. 피맛골은 단순한 골목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곳이었고, 서울의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장소였다.

옛피맛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