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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초천 위에 지어진 서소문 아파트

favorite2403 2025. 2. 22. 16:28

 

서대문 역에서 서소문 역사 박물관으로

오늘 나는 ‘나로서기’ 회원들과 함께 서소문 역사 박물관을 향해 길을 나섰다. 출발 지점은 지하철 서대문 역이었다. 역에서 나와 길을 따라 걷다 보니 오래된 아파트 단지가 눈에 들어왔다. 바로 서소문 아파트였다. 1972년에 지어진 이 아파트는 올해로 53년이 된,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건물이었다. 겉보기에도 낡았지만, 이곳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었다.

만초천 위에 세워진 아파트

 

서소문 아파트가 세워진 자리는 원래 땅이 아니었다. 바로 ‘만초천’이라는 개천 을  복개 하여 그위에 아파트를 올린곳이다. 만초천은 옛날 무악산 자락에서 발원하여 한양 도성의 서쪽을 따라 흘렀고, 돈의문을 지나 숭례문 밖 염초청을 거쳐 용산강으로 이어졌다. 경성 시절만 해도 자연스럽게 흐르던 이 개천은 서울이 산업화되고 도시화되면서 1957년에 복개되었다.
지금은 물길이 땅 아래로 감춰졌지만, 이곳이 원래 개천 위라는 사실은 서소문 아파트가 재개발되지 않는 이유와도 연결된다. 현행 법상 복개천 위에는 건물을 새로 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서울 한복판에서 시간이 멈춘 듯한 이 낡은 아파트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기찻길 건널목에서 만난 과거

 

서소문 아파트를 지나 조금 더 걸어가니 예상치 못한 풍경이 나타났다. 바로 기찻길 건널목이었다. 마치 옛날 시골 동네에서나 볼 법한 장면이 서울 중심부에 있다는 게 놀라웠다. 마침 기차가 지나가고 있어서 차단기가 내려가 있었다. 잠시 멈춰서 기차가 지나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기차가 지나가고 나서야 비로소 건널목을 건널 수 있었다.
서울 한복판에서 이런 건널목을 만날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시간 여행을 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현대적인 건물들 사이에 옛날 모습을 간직한 이 공간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신기한 곳이었다.

서소문 역사 박물관으로 가는 길

기찻길 건널목을 지나  서소문 역사 박물관까지는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길을 걸으며 서울의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느낄 수 있었고, 이 도시가 쌓아온 시간의 무게를 체감할 수 있었다. 오늘의 여정은 단순히 목적지에 도착하는 게 아니라, 그 길 위에서 역사를 마주하고 기억하는 시간이었다.